#13

버스나 렌터카로는 맛볼 수 없는 절경을 보러.
바람의 목소리에 의지하여 사이클링 여행.

우리는 여행지에서 렌탈이 있다면 반드시 사이클로 여행한다. 「걷는 것보다 빠르고, 자동차, 철도, 비행기, 배보다 느린」 이 미묘한 속도가 자전거 여행의 매력. 자동차 이동이라면 지나치기만 했을 경치, 작은 발견에 발길을 멈출 수 있으니까. 쾌적하게 이동하기 위한 도구는 때론 중요한 순간들을 놓치게 만든다.

무엇에도 간섭 받지 않는 여행은 아날로그로 밖에 체험할 수 없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가 아닌, 내 몸에 직접 느껴지는 여행지의 공기. 초조할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보이는 양이 현격히 많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내 엔진은 뜨거워진다. 남은 건 마음 가는 대로 핸들을 꺾어 오로지 달려나가는 것뿐. 순간순간 표정을 바꾸는 자연은 역시 몸 전체로 느껴야 한다. 비탈길을 올라 보는 감청색 바다. 땀이 조금 밴 몸을 부드러이 통과하는 바람. 모든 것이 언제나와 다르다.

이 경치를 카메라에 담고자 한다면 반드시 한번 멈춰 설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라부지마(伊良部島)에 오면 이 장면을 오려내어 집으로 가져가고 싶다고, 누구나 생각하겠지. 그건 이라부지마 땅의 다이내믹함, 바다의 푸르름, 그리고 청명한 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하루를 평생의 기억으로.
언제까지나 빛바래지 않는 추억을 만들고 싶으니까.

다양한 스타일의 여행을 체험해 왔지만, 자전거 여행은 여행지의 거리나 사람과의 거리가 짧고, 같은 장소를 지났다 해도 새로운 발견이 가득하다.

보고 듣고 만져 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그리고 이야기해 보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에피소드. 그 하나하나가 여행의 골을 향해 겹겹이 쌓여 오늘 하루의 스토리를 만든다. 우리만의 오늘이라는 이름의 이야기.

뒷골목 래버린스.

달리다 발견한 신기한 골목을 걷기로 했다. 자전거를 멈추고 한 걸음 발걸음을 내딛어 보니, 그곳은 마치 다른 세상. 시간이 멈춘 듯 전에도 지금도 이곳에 있는 것들. 손을 대어보면 좋아하는 소설의 한 장면을 잘라내 온 듯한, 처음 왔는데 어쩐지 그리운 마음을 품게 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우리는 마법에 걸리고 만 건지도 모르겠다.

이곳을 한 번 나가게 되면 다시는 찾아올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풍경이 이어지는 길을 한 걸음씩 천천히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며 나아간다. 이곳은 대체 어디로 이어진 걸까.

이곳은 보물 상자 속.
넋을 잃는 건 어쩔 수 없죠?

이라부(伊良部) 남서에 있는 나카노시마(中の島) 비치. 애쿼머린과 탄자나이트, 투르말린 등 각양각색의 보석이 마치 바닷속에 빽빽이 깔려있는 듯한 옅은 블루. 그 보석들이 태양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투명한 바다. 암석 지대여서 해수욕장처럼 사람들의 활기나 화려함은 없지만, 그 대신 파도 소리가 최고의 BGM이 된다.

멀리 다이버의 모습이 보였다. 이라부지마의 리프는 열대어들에게도 다이버들에게도 분명 파라다이스임에 틀림없다.

어부들의 섬의 축복과 허브를 호화로이 받아들다.
자급자족 구르메를 낙도 레스토랑에서.

여행의 마지막은 역시 구르메를 빼놓을 수 없다. 낙도만의 개성 있고 신선한 어패류와 스파이스, 허브 등 이라부지마에서 얻은 재료들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그런 레스토랑이 존재한다. 솜씨 좋은 요리사가 만들어낸, 먹는 사람을 생각한 마음을 담은 한 그릇 한 그릇이 뭐든 맛있어서 한입 먹을 때마다 메뉴를 보게 된다. 이라부지마는 미야코지마에 비해 리조트 느낌은 없고, 해가 떨어지면 조용하고 완전 캄캄. 그 속에 오도카니 자리한 가게의 빛이 온화하고, 따뜻하다.

섬의 요리와 술을 즐기며 느긋한 밤 시간을 보낸다.